안나푸르나-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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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일차-1009/데우랄리-마차푸차레 B.C-안나푸르나 B.C
Deurali-Machapuchare B.C-Annapurna B.C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아침엔 보나마나 쾌청한 날씨, 물어보나마다 맑은 날씨다. 여전히 찬바람이 불어 옷을 두둑하게 입었다. 아침 햇살에 멀리 설산들이 하얗게 빛난다

롯지 마당 끝에 삼각대를 세우고 멀리 보이는 글라셔돔(Glacier Dome=Tare Kang 7,069m)과 강가푸르나(Ganggapurna 7,454m)를 아직 햇살이 들지 않은 

어두운 전경에 넣어 촬영했다.

08:00 출발. 날씨가 좀 쌀쌀하지만 걷기에 아주 좋다. 먼저, 잘 보이는 글라셔돔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면서 걸었다. 그늘진 부분과의 노출대비가 컸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런 경우 필름에서는 머리를 싸맸지만 Raw 디지털은 월등하게 유리하다

 뒤를 돌아다보면서 또 앞에 나타나는 풍경을 쉴 새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오늘 만나는 풍경이다

오늘은 아무 것도 아끼지 말고 어떤 주저함도 없이 셔터를 눌러야 한다. 오늘의 사진에 내 모든 걸 쏟아 넣어야 한다.

자주 뒤를 돌아다보기도 하며 계속 셔터를 눌렀다. 모디콜라를 중심으로 좌우의 산과 깎아지른 단애가 현기증 나도록 아름답다. 이런 풍경은 쿰부에서도 

본 적이 없다. 배터리와 메모리가 충분하니 아끼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본체의 고장에 대비해서 본체도 하나 더 휴대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

셔터가 고장 나건 미러가 고장 나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achapuchare Base Camp=MBC)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한 떼의 양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30여 컷을 촬영하고 언덕에 

올라서자 이번엔 양들이 내 곁을 지나 마차푸차레 쪽으로 우르르 내려가는 바람에 이번엔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계속 셔터를 눌렀다. 세상에~~!! 

해발 3,700미터에서 더군다나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담은 생각지도 않던 양들의 멋진 풍경, 이런 행운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한라산에 갈 때마다 

신령님께 절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55분 해발 3,700미터 MBC에 도착했다. MBC에서 보는 마차푸차레는 시누와나 그 아래의 타다파니 등에서 보는 모양과 달리 붕어 지느러미처럼 

갈라지지 않고 하나의 안정적인 삼각형으로 보인다. MBC에서 보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도 흰 구름과 함께 멋진 풍경 속에 있다. 찍고 또 찍었다.
점심 전에 650컷을 찍으며 고소에서 무리해서인지 현기증이 약간 생겼으나 점심식사 후 카메라를 들고 조금 내려가서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를 

다시 촬영했다.

더 없이 행복하다

마차푸차레를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걸을 때의 400감도에서 100으로 낮추고 조리개는 최적의 

선명도를 이용해 마음껏 셔터를 눌렀다. 점심 전엔 해가 마차푸차레 방향으로 낮아 고스트가 생겼으나 점심 후엔 높이 떠 생기지 않았다.

물고기 꼬리 같이 생겼다 해서 Fish Tail로도 부르고 있는 마차푸차레는 아직도 그 정상에 사람의 흔적이 없다. 1957년 네팔 정부로부터 단 한 차례 

등정허가가 났고 그 행운아는 영국인인 노이스(Wilfrid Noice)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정상 50미터 지점에서 강한 눈폭풍을 만나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하산했다. 그리고 그 후 네팔 정부는 이 산의 등정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마차푸차레는 신의 영역이고 네팔인들의 자존심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에게 말할 때 너희들은 없지만 우리에겐 (마차푸차레가)있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 한 점 없던 마차푸차레 봉우리 주위에도 구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70-200미리 렌즈를 장착해 봉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하는 

구름과 함께 담았다.
트레킹 중 카고백에 든 삼각대를 꺼내 쓸 수 없지만 롯지 벽에 등을 대고 앉아 무릎과 팔꿈치로 삼각대를 대신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었다.

독수리 한 마리가 멋진 비행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리 날아간다. 갈색과 회색인 히말라야 독수리는 TV에서 보던 남미의 멍청하고 시커먼 콘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생기고 날렵했다. 독수리는 저래야 한다. 기껏 덩치만 커서 죽은 고기나 뜯어먹는 독수리는 이미 야성을 잃었다. 독수리는 야성이 

있을 때 아름답다.

늘 흐려지는 오후 날씨를 생각하면 MBC에서 다소 무리하면서도 많은 사진을 찍은 게 다행이다. 오후엔 무리하지 말자. 이젠 3,700미터 이상의 고도

4,130미터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면서 무리하다가 자칫 고소증이라도 나타나면 큰일이다.
13:00, 구름과 한참을 숨바꼭질 하던 마차푸차레가 완전히 구름에 숨어버렸고 우린 ABC를 향해 출발했다.

마침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오후가 되자 변함없이 날씨가 흐려졌다. 안나푸르나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첫 번째 휴식을 할 때 보온셔츠를 하나 더 꺼내 입었다

폭염과 무더위에 시달리던 어제까지의 상황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마치 여름에서 겨울로 온 느낌이다. MBC에서 ABC에 이르는 지상의 풍경 또한 MBC 

도착 전의 푸른 숲의 풍경과는 달리 금빛 초원으로 덮여있다. 교목은커녕 변변한 관목 하나 없는 초원 사이로 졸졸거리며 흐르는 도랑물은 그림 같이 예쁘다

하늘이 파랗게 개어 이런 금빛 초원과 하얀 안나푸르나를 한 화면에 담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은 그런 풍경을 보여주실까....

짙고 차가운 운무가 빠르게 초원을 덮으며 달려간다. 가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의 정상 봉우리가 운무 속에서 얼굴을 내밀기도 해 뒤돌아서서 셔터를 

누르기도 하며 ABC를 향해 계속 걷는다.
ABC에서 가까운 지점의 길가에 지난 2009년에 세운 “Annapurna Basecamp Cleaning"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사람들이 하도 쓰레기를 버리니까 

세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MBC를 출발한 지 두 시간만인 15:10, 마침내 이번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무더위와 폭염 속에 땀으로 목욕을 하며 

또 때로는 찬비를 맞으며 6일간 걷고 걸어 한 사람의 낙오나 사고도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6일 전 걷기 시작한 나야풀에서 조금 내려온 비레탄티가 

해발 1,025미터이고 ABC4,130미터이니 우린 실제고도 3,105미터를 걸어서 오른 것이다. 일행들 모두 마침내 도착했구나!’하는 기쁜 표정이다.

베이스캠프는 두터운 구름층에 덮여 어둡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점심 때 MBC에서 보고 촬영했던 안나푸르나 남봉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정리하고는 카메라를 들고 롯지의 북쪽 오색 타르초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촬영했다

이곳의 지형이나 풍경은 이미 구글어스와 인터넷 사진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안나푸르나의 거대한 빙하지대는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현장을 직접 

보는 게 중요하다

쿰부와 마찬가지로 여기의 빙하도 녹아 40~50미터나 낮아져있다. 그 두께만큼의 얼음이 녹아내려 사라졌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결과가 먼 미래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바로 지금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안나푸르나-
여기에 오기 전에 수집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 히말라야 거봉 등산 중 사망사고율에 가장 높은 산. 164명이 등정에 성공한 반면 무려 60명이 사망한 산(2008년도까지의 통계), 2000년대 중반까지는 

130명이 등정하고 53명이 사망하여 사망률이 무려 41%나 되는 산.
- 안나푸르나란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안나푸르나 1봉은 세계 등반사상 8,000미터급의 최초등반으로 1950년 

프랑스대(대장 M.에르조)의 업적이다.


이번 트레킹을 앞두고 내가 보기 쉽게 지도를 만들었는데 안나푸르나 남봉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물론 이 고생도 내가 히말라야에 대해 워낙 

무식하니까 한 고생이다. (무식하면 손발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여행사에서 보내 준 대강 그린 지도엔 안나푸르나 남봉이라고 되어있고 자세하게 인쇄된 큰 지도엔 ’Annapurna South‘라고 되어있는데(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었는데), 구글어스를 찾아보니 'Annapurna Dakshin'이라고 되어 있어 이게 같은 봉우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봉 외에 따로 있는 봉우리인지 

헤매다가 여기저기를 찾아보고서야 에베레스트를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라고 하듯이 남봉을 남쪽이라는 뜻의 네팔어인 '다크쉰'으로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혼으로 다가간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이곳저곳을 스케치하고 있는데 16시 반 경, 동쪽 하늘의 구름이 옅어지며 파란 하늘이 나타나더니 마차푸차레의 정상이 나타났다

방향이 달라서 그런지 MBC에서 보는 마차푸차레와는 봉우리 모양이 좀 다르다. MBC에서는 눈이 덮이지 않은 봉우리의 북쪽면과 서쪽 설사면이 조금만 

보이지만 여기선 서쪽 설사면이 더 많이 보인다. 고도가 더 높은 데서 보니까 그런 것이다. 급히 롯지에 들어가 카고백에서 삼각대를 꺼내 롯지로 들어오는 

입구 쪽에 세우고는 촬영하기 시작했다. ABC의 동쪽에 있는 마차푸차레는 하루 중 저녁 무렵인 지금이 순광상태여서 가장 밝게 빛날 때다.


아름답다....
한참 촬영하다보니 마차푸차레 좌측에 달이 떴다

음력 913일의 큼직한 달이다. 달을 넣어서도 몇 컷을 찍는다. 마차푸차레를 감싸고 있는 운해는 봉우리 윗부분만 보여주며 춤을 춘다

운해가 춤을 춘다... ....

차츰 해가 기울고 석양빛을 받은 마차푸차레는 금빛으로 빛난다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다... 

지금 보고 있는 이 풍경이 정말 현실일까. 내 카메라에 찍히는 진짜 풍경일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마차푸차레는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도 보지 못했다.

 
어느 새 내 영혼은 카메라를 빠져나와 금빛 마차푸차레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4월 쿰부 히말라야의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만난 바람을 다시 만났다

바위종달새도 잘 있는지 타르초와 룽다는 여전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게 한 바람 속의 아카시아향기도 

여전하냐고 물어봤다.
아카시아향기... 내 영혼 속의 향기...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흘렀다. 온갖 일들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 3개월 동안 인터넷을 뒤져 마차푸차레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사진을 받아 

분석하면서도, 그리고 페와 호수에 깨끗하게 비친 하얀 마차푸차레를 보면서도 이런 감동을 받진 않았다. 예쁘긴 해도 나를 감동시키진 못했다.


행복하다.
해가 지고 마차푸차레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출 때까지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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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로 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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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풍경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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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와 마차푸차레- 

신령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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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시카르와 안나푸르나 1봉과 양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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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이 캠프는 네팔정부에서 직접 운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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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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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시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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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봉 중의 하나인 마차푸차레-

찍고 또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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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면서 차츰 구름에 덮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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