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색성 인화지(Panchromatic 인화지) Panalure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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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1983년 여름 이군이 울산성당에서 영세를 받던 날 촬영한 사진이다. 그런데 원래 컬러 네가티브로 촬영한 이 사진은 색상이 이상하게 나와서 이군에게 주지도 못하고 없애 버렸다. 그러다가 흑백으로 인화하면 어떨까 싶어 암실에서 작업해 보니 사진이 나오긴 나오는데 너무나 거칠게 나와서 그것도 이군에게 못 주고 없애 버렸다. 다른 필름을 넣어 봐도 역시 컬러 네가티브를 흑백 인화지에 현상하면 다 그렇게 거칠게 나왔다. 그 후 이 사진에 대해선 잊어 버렸다.
제주에 이주해서 살면서 동문 로터리 가까운 라이카 현상소에서 인화지와 현상약품 필름 등을 사다 썼는데 하루는 가게 할머니가 말했다. 신문사에서만 사가던 흑백 인화지가 있는데 요즘은 별로 사가지도 않고 재고도 많은데 갖고 가서 쓸 수 있으면 써 보라 하시길래 200장 들이 다섯 박스를 가지고 왔다. 박스엔 Panalure라고 써 있다. 코닥 제품이었는데 컬러 네가티브 전용 인화지라고 했고 규격은 8인치*10인치뿐이다.
컬러 네가티브 전용이라고? 즉시 암실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작은 방 하나를 암실로 썼는데 작업대 위엔 일본 후지모토(Fujimoto)사에서 만든 Lusky 90M-S 확대기가 있었다.
처음으로 써 본 전색성 인화지(Panchromatic 인화지)는 환상적이었다. 흑백필름으로 흑백전용 인화지에 인화한 흑백사진처럼 계조도 풍부했다. 너무나 좋아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는 울산에서 인화에 실패한 이 사진의 필름을 찾아 인화를 했다. 노광-현상-수세-정착을 거쳐 다시 욕조의 물에 담가 충분히 수세한 사진을 이군에게 보여줬더니 처음 보는 사진이라면서 얼라 처럼 좋아한다.
그동안 컬러 네가티브로 촬영한 사진 중 보존할 만한 사진의 필름을 모두 골라내서는 흑백사진 작업을 거의 두 달 동안이나 계속했다. 특히 가족사진은 거의 모두를 작업했다. 회사 출근하고 한라산에 가는 등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시간은 모두 암실에서 살았다.
올해 이군은 75살, 이 사진은 42년 전인 이군이 32살 때 촬영한 사진인데 Panalure가 없었으면 이 사진도 없다.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이 인화지는 2005년에 생산이 중단 되었다고 합니다.








